6월 17일 토요일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기념일
어제 우리가 예수님의 성심을 기억하였다면, 오늘은 그분의 어머니께서 지니
셨던 마음을 기억합니다. 성모님께서는 예수님의 성심에 당신의 마음을 동
화시키시려고 일생을 노력하신 분이십니다. 가브리엘 천사가 전한 잉태 소식!
이해하기도 믿기도 어려운 소식이었지만, 성모님께서는 온 마음으로 받아들
이셨습니다. “저는 주님의 종입니다.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
랍니다”(1.38).
오늘 복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. 열 두 살 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집으로
돌아가지 않고 성전에 남아 율법 학자들과 토론을 벌이고 있습니다. 아들을
찾은 어머니께서는 속상함을 토로합니다. “애야, 우리에게 왜 이렇게 하였느냐?”
성모님께서는 아마도 “잘못하였습니다.” 하는 아들의 대답을 기대하셨을 것
입니다.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변에 어리둥절해하십니다. “왜 저를 찾
으셨습니까?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?” 이처
럼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님의 탄생과 유년 시절의 사건들은 이해할 수 없는
일들로 가득합니다. 이해하지 못하셨던 것은 성모님께서도 마찬가지셨습니
다. 그러나 성모님께서는 이 모든 신비를 마음속 깊이 간직하십니다.
“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.” 성모님께서 보여 주
신 모습은 예수 성심에 동화되고 성화되기를 열망하는 모든 신앙인에게 요
구되는 자세입니다. 이해할 수는 없는 일들을 마음 바깥으로 밀쳐 내기보다 성
모님처럼 마음속에 간직하고 받아들일 때, 비로소 우리 마음도 예수님의 성
심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여 봅니다. 성모님의 성심이 받
아들임에서 시작되었듯이, 우리 마음의 성화도 받아들임에서 출발합니다.
어떤 거창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을, 우리 주변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. 그
안에는 좋고 쉬운 것만 있지 않고, 싫고 어려운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. 특히
인간 관계가 그러합니다. ‘저 사람만큼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.’ 고 여겨
지는 이웃이 어쩌면 우리를 성화로 이끄는 신비일 수 있습니다. 그 사람을
받아들임으로써 우리 마음이 사랑의 꽃을 피우고 그리스도의 향기를 퍼뜨
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. ⊕
-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 -